
세상이 회색빛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감정은 이유 없이 가라앉았고, 가슴은 먹먹하고 심장은 갑작스레 두근거렸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견디기 힘들었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조차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비슷한 마음을 느껴본 적 있을 것입니다. 이 감정의 이름은 ‘우울’이라고 하는 감정입니다. 단순히 슬프거나 지친 마음이 아니라,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하는 병적인 감정의 파동입니다. 저의 경우는 산후우울증과 육아우울증을 실제로 겪었고, 이 경험을 통해 마음을 조금씩 성장시키고 우울증이 다시는 발병되지 않도록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출산 후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는 단순히 ‘산후 우울감’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 수면 부족, 무한 반복되는 육아 사이클 속에서 저는 점점 저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 ‘엄마라면 당연히 해야지’라는 사회적 압박은 점점 제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불안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났고,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왼손 손가락이 저릿하게 굳는 경험을 자주 겪었습니다.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마음이 보내는 긴급한 신호였습니다.
무기력감은 일상 전반을 지배했고, 이전엔 소소하게 느껴졌던 기쁨이나 즐거움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식욕은 줄고 잠은 오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엄마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반복되었고, 스스로를 점점 더 밀어냈습니다. 결국 저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 의료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 정신과라는 이름 앞에서 처음엔 망설였지만, 그곳에서 저는 비로소 ‘괜찮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들이 일시적으로 불균형한 상태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약은 그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마치 감기약처럼 말입니다. 약을 먹으면서 증상은 조금씩 완화되었고, 아이들을 보는 것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약을 먹으면 졸리거나 체력이 조금 떨어지는 증상이 있었고, 무한정 약으로만 의지할 수는 없었기에 약 없이도 조금씩 마음을 회복할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습관부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작은 노트에 짧은 글귀를 베껴 쓰는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무언가를 근심, 걱정 없이 단순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필사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한 문장에 집중되며 정리되었고, 손으로 글씨를 써 내려가는 동안 불안은 조금씩 가라앉았습니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힘’, 그게 바로 필사의 힘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했던 건, ‘밖으로 나가는 습관’이었습니다. 우울감이 깊을수록 몸은 움츠러들고 방 안에만 있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햇볕을 쬐고 바깥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10분이라도 좋으니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등원을 하면 짧은 산책을 했습니다. 그 짧은 산책에서 집 주변 카페로, 마트로 조금씩 밖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받아왔던 햇빛은 자연의 항우울제이고, 걸음은 무기력했던 몸에 다시 리듬을 만들어줬습니다. 이 작은 활동이 제 마음 안의 멈춰 있던 에너지를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했던 건 ‘가족의 보살핌’이었습니다. 저는 병을 감추지 않고 털어놓기로 했습니다. 남편과 가족에게 지금 나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이해받는다는 감정은 그 자체로 치유였습니다. ‘너무 힘들었겠다’, ‘지금은 쉬어도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와 묵묵히 제가 하는 작은 행동들을 지켜보는 그 자세가 마음 깊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우울증은 이렇듯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곧 치료제가 됩니다.
우울증은 의지 부족이나 성격 문제의 결과가 아닙니다. 뇌 속 화학물질의 변화, 지속적인 스트레스, 감정적 고립이 만든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지금 스스로가 너무 오래 버텨왔다는 몸과 마음의 경고입니다. 그래서 치료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것, 약을 복용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돌봄’의 행동입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눈을 떠도 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눈물이 이유 없이 흐르는 그런 날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너무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다시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불안이 스며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건, 제가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작은 습관들과 사람들의 따뜻한 말, 그리고 마음을 향한 관심들이 저를 회복시켰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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